조선시대의 노비제도를 현대사회에 대비해 본다면...

역사스페셜 "나는 노비이고 싶다" 프로를 보면서 현대에 이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다물사리라는 성균관의 늙은 여자노비가 자신이 양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노비출신이라고 거짓주장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자식과 손자들을 이지도라는 양반의 사노비 신세로부터

성균관의 공노비로 전환시키려 한 사실을 보면 그 당시에도 사노비들이 공노비에 비해 매우 힘든

위치에 있었던 것을 잘 알 수 있다.



마치 요즘 공무원들이나 공기업 직원들이 철밥통 소리를 들어가며 사기업 직원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대우와 편안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의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은 공노비, 개인기업의 직원들은 사노비,

자유업, 전문직 종사자, 혹은 자영업자들은 양인,

그리고 고위직 공무원들과 사기업의 임원들 국회의원, 사법부의 판사들을 양반계급으로 대치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조선시대에도 돈을 많이 번 노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요즘도 궂은 일을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노비들을 쥐어짜고 그들을 착취함으로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도 권력과 돈을 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착취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우리의 조상은 누구였을까?

명종조 노비가 백성의 7~8할에 달했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7~8할은 그 조상이 노비였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자기 조상이 노비라고 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조상들을 자랑하고 뽐내고 있지만

만약에 자신의 조상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면 양인이거나 아니면 노비였을 확률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일 잘 하고 똑똑한 노비중에는 토지도 소유하고

스스로 자영농처럼 농사를 지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어느 양반집의 기록에 보면 전국적으로 신공을 바치며 농사짓는 노비들의 숫자가

백수십명에 달했었다는 문서도 있다니, 실제로 조선시대에 농사를 지어먹고 산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노비신분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에 청일전쟁이 없어 갑오경장이 없었고, 한일합방이 없어 계속 조선의 노비제도가 유지되었다면

수많은 노비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한일합방이후에도 일제에 협력한 양반계급과 일본이 이용할 가치가 있는 지배계급을 제외하면

일반백성들은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힘들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노비신분을 유지해 온 것은 아닐까?

지금도 돈 있는 이들은 땅을 소유하고 소작을  시키며 편안한 삶을 살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제시대 일본에 저항하며 항일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양반? 양인? 노비? 알 수 없는 일이다.

저 만주벌을 누비며 일제의 총칼에 맞서 싸운 이들은 누구였을까?

우리집안에도 족보가 있고 또 정기적으로 모이는 종친회도 있지만,

혹시 우리 집안도 노비의 신분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현대를 사는 한국인 중 누구라도 집안에 자신들의 족보가 없다거나

자신들의 조상들이 양반이 아니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 하였기 때문이다.



명종조에 이미 전체 인구의 7~8할이 노비였다고 하는데 이후에도 양반들의 교묘한 술책으로 인하여

노비들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하니 말이다. 조선은 온통 노비들의 천지였던 것이다.

이제서야 임진왜란시에 경복궁과 같은 공공 시설물에 방화한 것이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아니라

바로 조선의 백성들이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자신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양반들과 이러한 양반들을 비호하고 편드는 조정에 대한 분노가

그런 식으로 표출될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특별히 장예원이라는 노비문제를 관장하는 관청에 보관된 노비문서등도 모두 불태웠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양반들은 이를 복구하여

또 다시 자신들의 노비를 되찾고 과거처럼 노비들을 부리게 되었다고 한다.

글을 맺으며...

조선시대의 가혹했던 노비제도와 오늘날의 사회제도가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많이 닮아 있음을 발견하며 결국 내가 힘든 일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착취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씁슬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요즘 각종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고위층 인사들의 편법, 불법, 부당, 불공정한 행위들을 보며

과거 조선시대의 양반들과 어쩌면 그렇게 많이 닮아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우리가 현재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핏속에는 조선시대 노비제도의 전통이

면면히 살아 숨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이들 고위층과 특권층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호하지 않는가?

얼마전 8.15특별사면시에 엄청난 죄를 지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그의 졸개들이

모두 사면, 복권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80년대초 인질들을 잡고 있다가 경찰의 총탄에 죽기 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지강헌의 마지막 말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내가 현재의 신분으로 조선시대에 태어났었다면 나는 과연 어떤 계급에 속하는 신분이었을까?

노비? 양인? 양반?

돌아가신 아버님과 집안 어른들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 집안의 조상이 양반계급이었다고 하는데,

나의 조상이 양반이었다고 하는 그 사실이 별로 자랑스럽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워 지기까지 하는 저녁이다.  

나는 노비이고 싶다 　 - 1586년 다물사리 소송사건

▣방송 : 2010. 9. 25 (토) 20:00~21:00 (KBS 1TV)
▣진행 : 한상권, 김진희 아나운서
▣연출 : 김장환 PD
▣글 : 김세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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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년 3월. 상대가 노비가 아닌 양인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양반과 스스로를 노비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 과연 이 날의 소송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었던 것일까?

이지도와 다물사리, 그 소송의 시작

경북 안동의 학봉종택에는 15000점 이상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학봉(鶴峯) 김성일이 썼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을 비롯해 많은 고문서들이 남아있는데, 그 중 오늘날의 판결문에 해당하는 6개의 결송입안(決訟立案)이 포함돼 있다. 조선시대 수령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재판의 판결. 학봉은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로 명성을 떨쳤는데, 나주에 수령(守令)으로 부임했던 시절에 그가 맡았던 사건 중 하나가 바로 1586년 3월 12일 시작된 80대 여인 다물사리와 양반 이지도의 소송이었다.

▲학봉종택 　　 　　　　　　　　　　　　　　▲다물사리 재판 관련 결송입안(決訟立案)

재판의 숨겨진 비밀, 천자수모법(賤者隨母法)!

이지도는 다물사리가 양인이라고 주장하고, 다물사리는 자신이 성균관 소속 종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왜 이런 엇갈리는 주장을 한 것일까? 양인 여성이 노비와 결혼한 경우, 자손들이 노비인 아버지를 따라 그 주인의 소유가 되었다. 이지도 집안의 노비와 결혼한 다물사리. 따라서 이지도의 주장대로 다물사리가 양인이라면 그 자손들은 남편의 주인이었던 이지도 집안의 노비가 된다.

부계 혈통을 지향했던 조선. 그러나 노비소유권에 대해서는 노비들끼리 결혼해 낳은 자손은 어머니의 주인에게 예속된다는 ‘천자수모법’을 적용했다. 그래서 다물사리는 자신이 노비라 계속 주장하며 그녀의 딸과 손자들은 그녀가 속한 성균관에 예속시키려 하였다.

물러설 수 없는 두 주장, 투탁(投託)과 압량위천(壓良爲賤)

550년 전, 양반이 관의 힘을 빌려 노비를 추적했던 문서가 지난 9월 10일 발견됐다. 노비들은 주인에게 노동력과 재화를 바쳐야 했다. 때때로 그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을 가는 일이 발생하곤 했는데, 재산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노주들은 인맥이나 공권력을 동원했던 것이다. 도망 외에 노비들이 질곡의 삶을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투탁이었다. 이는 문서 등을 조작해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 범죄로, 이지도와 다물사리 재판의 쟁점이기도 했다. 이지도는 다물사리가 성균관 관비로 투탁(投託)했다고 주장했는데, 다물사리는 오히려 이지도가 자신의 호적을 위조해서 양인을 천인으로 삼으려 한다고(압량위천/壓良爲賤) 맞섰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노비(奴婢)의 운명

다물사리가 양인이면 자손들은 이지도 집안의 노비, 다물사리가 성균관비면 자손들도 성균관에 속하는 노비가 되는 상황. 어차피 노비라는 신분 자체는 벗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다물사리가 재판에서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보면 같은 노비라 해도 그 입장이 매우 달랐음을 알 수 있다. 공공기관에 속한 공노비와 개인의 소유인 사노비는 어떻게 달랐을까? 노비들이 부담하는 노동력과 재화는 어느 정도였을까? 조선시대 고문서를 살펴보면 개인 재산을 소유하고, 심지어 노비를 둔 노비도 있었다고 하는데... 1586년에 실제로 있었던 소송사건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조선시대 노비들의 삶과 꿈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