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기행문

17世 참판공(李永肩),나주에서 오늘날도 선정목사(善政牧使)로
추앙(推仰)받고 계시다.

‘족보가 문화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문화사에 의해 확인 받을 때 그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이것은 필자가 대종회 회장을 맡아 대동보를 편찬하는 동안 지배해온 생각이며 현재 종사편찬위원회를 맡아 오면서도 계속된 지침이다. 필자가 언젠가 나주를 한 번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참판공파세보를 편찬하고 현재도 참판공파 회장직을 맡아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참판공은 임금님이 수안군에 봉하신 18세 익령(益齡)님의 부친이므로 목천파, 보령파, 배천파, 청주파의 조상이시며 익령님의 둘째 형님 익형 (益亨)님은 박천파의 조상이므로 참판공은 현재 수안이씨 5개 지파의 조상이시다.

마침 기회가 마련되어 인터넷을 통해 나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나주목사의 내아 (內衙, 목사의 살림집, (금학헌, 琴鶴軒))가 있음을 알았다. 내아 가까이에는 조선시대 특급호텔에 해당하는 금성관 (錦城館, 중앙 사신을 접대하던 곳)을 북원하면서 이 지역에 있던 여러 비석을 모아 세워 놓을 곳을 발견했을 때 마음설레기도 했다. 저 비석들 사이에 혹시 석제공의 선정비라도 있지 않을 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는 李 永肩님이 나주 명관(名官) 목사로 기록된 것을 확인한 바도 있다.

(2012년 4월 10일자 <대동보 편찬 소식(4)> 별첨6 참조)

나주에 도착하자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나주목사 내아다. 엄청나게 큰 팽나무 고목이 위풍당당하게 나를 내려다본다. 어쩌면 영견 할아버님도 이 나무를 보았을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내아로 들어서니 나무 밑에 <목사내아 금학헌, 벼락 맞은 팽나무 이야기>가 기록되어있다. 벼락을 맞고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살아 이렇게 거목이 된 것은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기운을 지고 있다는 전설과 더불어 500년이 넘은 나무의 나이도 볼 수 있었다. 내아 마루에 걸쳐 앉아 나의 17대 조부님의 선정이야기를 되새겨 보았다.

“상설 상점의 설립은 백성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경인년 (1470년)에 흉년이 들었을 때 전라도의 백성들이 서로 모여 상점을 열었는데, 그 이름을 장문(場門)이라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그것에 의존하였으니, 이는 바로 지방에 상점이 만들어질 기미였다. 호조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지방 수령들에게 물었다. 그 때 수령들이 그 이해관계를 잘 살피지 않고 전에 없었던 것이라는 이유로 모두 이를 막고자 했다. 나주목사 이영견 혼자만이 이를 금지시키지 말 것을 청하였으나 호조에서 금지시키고 말았다.”(성종실록 권 27권, 성종 4년 2월 임신, 1472년)

이 기록을 <2011년도 수안이씨 정기 향사 회보> 에 실릴 때부터 나주에 오고 싶었다. 위의 조정의 논의는 세금을 화폐로 받을 수 없어 현물로 받는 불편함을 없이할 논의를 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화폐는 있으나 유통이 되지 않았고 백성들이 화폐를 사용하지 못하니 세금을 화폐로 내지 못해 현물을 받게 되니 불편하기 그지없어 이야기 하던 중에 나주목사 이영견님의 선견지명을 조정이 깨닫게 된 한 장면이다. 이 사실은 경기도 안성장터의 역사기록에서도 나타난다. 님이 지방수령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히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까닭은 나주목사로 계시면서 시장이라는 물품의 유통기관이 없어 고생하는 백성들의 어려운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곧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길임을 내다보셨던 것이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금성관이다. 궁성처럼 넓은 뜰을 지나 한쪽에 비석들이 모여 있다. 그쪽으로 달려가 비문하나, 하나씩 살펴보았으나 님에 관한 비석은 보이지 않았다. 심하게 마모된 비석을 보며 혹시 저것이 아닌 가 이것이 아닌가 하고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끝내 못 찾고 주차한 곳으로 오니 목사 내아와 담을 사이에 둔 <나주목 문화관>이 새로 단장을 마친 듯하다. 그곳에서 무엇을 좀 알 수 있을 것 같아 들렸다. 나주의 역사를 알리는 여러 가지가 전시되어 있는데 처음 내 눈길을 모은 것이 하나 있다. <선정을 베푼 나주목사>라는 유리판의 글씨다.

‘이영견(李永肩) 목사 1469.2.15. -1471.11.24. 예종1-성종2’

이를 발견하게 되다. 많은 목사들이 다녀간 중에서 선정한 분으로 기억된다고 하니 후손의 한사람으로 고마운 일이다. 여러 전통문화재를 복원하여 후세들에게 조상님들의 문화를 알리며 존중하는 나주시민의 고귀한 뜻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선정목사들의 명단이 필자가 갖고 있는 것보다 적은 것으로 보아 다른 어떤 기록을 참조한 듯하다. 나주읍성과 관아모형, 목사명단과 피사체에 레이저 광선을 비치면 3차원 입체상이 나타나는 홀로그램시스템으로 구성한 나주 목사의 하루일정이 나에게는 조부님의 일정을 연상시켜 더욱 관심을 갖게 되다.

나주의 문화와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공들여 만들어 전시하는 나주목 문화관은 어린이들에게도 교육용으로 매우 좋을 것 같으니 우리 수안이씨 여러분은 어린이와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고려 왕건 태조가 후고구려 장수시절 해군을 이끌고 나주지역을 점령 주둔한 일 있어 후삼국 통일의 기반이 된 곳이며 둘째 황후가 처녀시절 왕건 장군에게 우물가에서 물을 드린 일이 있다는 전설이 있으며 고려의 2대 임금 현종이 바로 그 황후의 아들이여서 나주는 고려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마침 나주목사내아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수 있도록 나주시에서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종사체험의 장소로도 적격이다.

                                              2013년 10월 28일 34세 初植 씀